대동병원의 최근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는 중에도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조현병으로 치료 중인 낮병동 환자분의 말입니다. 많은 좌절 속에서도 꿋꿋이 노력하신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낮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 대동병원 박승현 부원장은 ‘낮병동은 병원보다는 환자 입장에서 필요하며,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서 병원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한다. 박 부원장에게 낮병동에서의 치료 효과와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대동병원 박승현 부원장
대구 대동병원 낮병동의 평일 하루 참석 인원은 200명 선으로 일일 참석 인원이 전국 최대 규모이다.
1993년 개원한 대동병원은 2004년 낮병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낮병동을 운영한 건 박상운 병원장이 낮병동의 선진 사례인 일본의 노조에 병원을 견학하고 온 2012년부터이다.
‘우리가 가야 될 병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박상운 병원장은 입원 병상을 370병상에서 240병상까지 줄이면서 낮병동 활성화를 모색했다.
낮병동은 급성기 정신질환 환자들이 사회복귀를 앞두고 치료받는 형태로 병원과 사회의 중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입원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사회로 바로 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의 환자들에게 교육과 재활로 사회 적응 훈련을 제공한다.
대동병원의 낮병동 이름은 ‘마루’로 집채의 안과 마당을 잇는 마루를 의미하며 병원과 사회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를 더 생각하는 낮병동
‘마루’는 낮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밤에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부분 입원 형태의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병원 입장에서 수익 구조만 본다면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 낫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입원 치료가 편한 면도 있으나 환자 입장에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게 낮병동이다. 낮병동의 환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는 모습은 주치의에게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다.
10개 반 25명으로 구성된 대동병원 낮병동은 2021년 12월 기준 등록 회원 262명으로 평균 184명이 출석하고 있다. 환자 비율은 양극성장애 환자 11.8%, 조현병 환자는 65.4%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원 기간은 3년 이상이 62.6%이며, 2~3년 사이도 9.5%를 차지하고 있다. 치료진은 총 29명(의사 7명, 간호사 5명, 정신건강사회복지사 7명 등)이며 △증상관리 △신체건강 △정서관리 회원주도 △사회성증진 △인지재활 등 주 단위로 총 33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출석일에 따른 낮은 수가는 걸림돌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으로 대동병원 낮병동을 운영 중이다. 낮병동은 정부 입장에서도 건보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권장하고 있으나 낮은 수가 책정으로 낮병동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낮병동에서는 2시간, 4시간 또는 6시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낮은 기준인 15일 출석을 적용해도 60~90시간의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된다.
최소 15일 출석을 주 단위로 계산하면 매주 3회 이상 병원에 오는 셈이므로 통상 외래 환자들의 월 1회 내원과 비교하면 집중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한 달 입원 환자의 수가를 기준으로 하여, 낮병원에 한 달 출석 시 57% 정도, 15일 출석 시 35% 정도로 수가 폭이 크게 감소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LAI제제 월 1회 투여로 높아 환자 만족감
낮병동에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제로 항정신병장기지속형주사제(Long-Acting Injection.LAI)를 꼽을 수 있다. 낮병동 마루의 등록 환자 약 200명 중 15% 환자가 LAI 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 평균 8~9%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LAI 치료제인 아빌리파이메인테나(성분명: 아리피프라졸)의 가장 큰 장점은 재발률을 줄인다는 점이다.
규칙적인 복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 반응률이 급격하게 낮아지므로 일정 용량의 약물이 지속투여될 수 있도록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에 적응증을 가진 아빌리파이메인테나는 월 1회 투여로 약효가 한 달간 지속되는 점에서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선호하는 약제이다. 또한 체중 증가율이 낮고, 항정신병 약물의 단점인 졸음이 적다는 큰 장점이 있어 향후 LAI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체계화된 학회와 프로그램 개발 필요
현재 낮병동 마루의 환자의 평균 연령대는 40대 후반으로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초기에 증상을 보인 환자가 병원에 빨리 오도록 해야 한다.
일본처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휴직 중인 환자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낮병동도 확대해야 하고 운영 프로그램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낮병동이 활성화될 환경이 선제 조건이다.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의 병상 수를 감축하는 현실이고, 낮병동은 더구나 관심 분야가 아니기에 학회 차원의 연구는 힘든 상황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낮병동 학회가 활성화되어 있고 병원별 프로그램 교류도 활발하다.
국내 낮병동의 리더인 대동병원이 학회와 프로그램 다양화에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한 박승현 부원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출처 : 메디칼업저버(http://www.monews.co.kr)
박성주 기자